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의 자유기술의 항변에 관하여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의 검토]
1. 서론
특허법은 권리범위 확인심판(이하, ‘확인심판’)과 특허 무효심판(이하, ‘무효심판’)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특허권자는 심판원이라는 공적기관에 특허발명이 유효함을 전제로 실시품이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대응되게 실시자는 특허발명이 유효한 특허인지 심판원이라는 공적기관에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두 심판은 동시에 진행될 것이고 결과도 비슷한 시기에 나올 것이므로 특허권자와 실지자는 양 결과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목적과 취지에 맞게 두 심판은 분리하여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확인심판에서 특허발명의 신규성의 무효항변을 인정하고(대법원 1983.7.26. 선고 81후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자유기술의 항변도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1. 10. 30. 선고 99후710 판결 등).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별개로 유지되는 무효심판을 확인심판의 절차에서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자유기술의 항변은, 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발명의 실시자가 특허발명의 출원시 선행기술에 의해 자신의 확인대상발명이 공지이거나 공지된 기술에 의해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발명임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확인심판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편법’으로 적용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최근 특허법원 2016.01.15. 선고 2015허4019 판결(대법원 2016후366 상고)에서 자유기술의 항변을 불인정하는 판결이 있어[1], 대법원에서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었다.
2. 대법원의 판단
(1) 사안의 개요
본 사건은 원고(특허권자)가 피고(실시자)에게 2014. 7. 14.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함으로써 개시되었다(청구취지: 확인대상발명은 특허 제0649140호 특허청구범위 제1항, 제3항의 권리범위에 속한다). 이에, 피고 측에서는, 비교대상발명 3, 4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출원 전에 공지된 것이며, 확인대상발명은 비교대상발명 1 또는 비교대상발명 1, 2 또는 비교대상발명 3 또는 비교대상발명 4로부터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자유실시기술이라고 항변하였다.
특허심판원에서는, 「확인대상발명은 비교대상발명 3(원고가 제조·판매한 ‘ABH-602 바닥패널’)으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어서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므로 확인대상발명은 이 사건 제1항 및 제3항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자유기술의 항변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특허법원에서는, 「이 사건 확인대상발명이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성을 모두 그대로 포함하여 그 권리범위를 문언 침해하고 있어서 자유실시기술의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하여, 문언 침해의 경우에는 자유기술의 항변을 불인정하였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상기 특허법원 판결의 상고심인,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에서,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확인대상 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자유실시기술로서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1. 10. 30. 선고 99후71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방법으로 특허발명의 무효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고 확인대상 발명을 공지기술과 대비하는 방법으로 확인대상 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결정함으로써 신속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고 하여, 자유기술의 항변을 변함없이 인정하였다.
또한 동 판결에서, 「자유실시기술 법리의 본질, 기능, 대비하는 대상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리는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대상 발명이 결과적으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나타난 모든 구성요소와 그 유기적 결합관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른바 문언 침해(literal infringement)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여,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문언 침해의 경우에도 자유기술의 항변이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3.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별개로 유지되는 무효심판을 확인심판의 절차에서 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판결일 수 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대법원은 확인심판에서 자유기술의 항변을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법원은, 제도의 충돌로 인한 모순과, 공중의 영역에서의 기술을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자유기술의 항변을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다고 사료된다.[2]
또한 대상 판결은, 당해 특허 출원 시에 공중의 영역에 있는 자유기술은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그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음을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으며, 문언 침해의 경우에도 자유기술의 항변이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음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4. 참고
참고로,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의 주장 가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3].
신규성 결여 주장
진보성 결여 주장
선출원 위반 주장
기재불비 주장
무권리자 출원 주장
O
X
O
O
X(우세)
81후56
2012후4162
2007후2827
82후36
-불허(2014허1341, 2006허466, 2003허1857)
-허용(2008허3001)
[1] 자유기술의 법리는 특허발명이 애당초 특허를 받을 수 없었던 부분까지 균등론을 적용하여 권리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므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 전부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문언 침해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2] 이에 대해서는, 확인심판은 법률적 권리의무가 아무것도 없어 그 절차 내에서 특허발명에 대한 정정이나 침해자에게 무효항변을 인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3] 이현석,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특허 무효사유의 판단가부에 대하여’, LAW & TECHNOLOGY, 제12권 제2호: pp25~51, 2016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