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대한 판례 소개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6후380 판결의 검토]
1. 서론
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관해 종래 대법원 판례는 "특허발명에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는 다른 구성요소가 부가되어 있어서 그 특허발명에서의 수치한정이 보충적인 사항에 불과하거나, 수치한정을 제외한 양 발명의 구성이 동일하더라도 그 수치한정이 공지된 발명과는 상이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수단으로서의 의의를 가지고 그 효과도 이질적인 경우라면, 수치한정의 임계적 의의가 없다고 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후4998 판결 등 참조), 임계적 의의가 없더라도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판례와는 달리 실제 심사단계 및 법원의 판단사례에서 수치한정발명에 대해 진보성이 인정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근 대법원 판례 역시, 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판결하였는데, 구체적인 사안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법원의 판단
2-1. 이 사건 출원발명 (출원번호: 제10-2011-7025884호/ 명칭: 광학재료용 수지의 제조방법) 【청구항 1】 폴리티올 화합물 중에 감압하에서 질소를 유통시키는 것에 의해, 또는 폴리티올 화합물의 증류에 의해, 폴리티올 화합물 중의 수분의 함유량을 20~600ppm으로 저감하는 공정(1), 공정(1)에서 얻은 수분의 함유량이 20~600ppm인 폴리티올 화합물을, 폴리이소(티오)시아네이트 화합물과 혼합하여, 수분의 함유량이 10~300ppm의 중합성 조성물을 얻는 공정(2), 및 공정(2)에서 얻은 수분의 함유량이 10~300ppm의 중합성 조성물을 중합하는 것에 의해 광학재료용 수지를 얻는 공정(3)을 포함하는 광학재료용 수지의 제조방법.
2-2. 비교대상발명 비교대상발명은 2006. 6. 22. 공개된 일본 공개특허공보 특개2006-162926호에 게재된 플라스틱 렌즈 제조방법 및 플라스틱 렌즈에 관한 것이다.
2-3. 구체적 사안의 판단 2-3-1. 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이 가지는 구성요소의 범위를 수치로써 한정한 특허발명은 그 과제 및 효과가 공지된 발명의 연장선상에 있고 수치한정의 유무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그 한정된 수치범위 내외에서 현저한 효과의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고 한다)이 통상적이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하여 적절히 선택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한 수치한정에 불과하여 진보성이 부정된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7후1299 판결 등 참조). 2-3-2.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비교대상발명은 광학재료용 수지의 원료로서 폴리티올 화합물을 폴리이소시아네이트 화합물과 혼합하여 중합성 조성물을 얻고, 이를 중합하는 광학재료용 수지의 제조방법이라는 점에서 같다. 다만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폴리티올 화합물과 폴리이소시아네이트 화합물을 혼합한 ‘중합성 조성물’의 수분 함유량을 ‘10~300pm’으로 수치한정하고 있는데, 비교대상발명의 대응구성은 ‘중합성 조성물’의 수분 함유량에 관하여는 명시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중합성 조성물을 혼합할 때의 분위기의 수분 함유량에 대해 ‘5g/㎥’ 이하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감압 하에서 질소 유통이나 증류를 통하여 ‘폴리티올 화합물’의 수분 함유량을 20~600pm으로 저감하는 공정을 포함하고 있는데, 비교대상발명에는 이에 대응되는 공정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2-3-3. 이 사건 출원발명의 명세서를 보아도 이 사건 제1항 발명에서 밝힌 ‘중합성 조성물’이나 ‘폴리티올 화합물’의 수분 함유량이 그 수치범위 내외에서 렌즈의 맥리나 백탁 발생 억제와 관련하여 현저한 효과를 갖는다고 인정할 만한 기재가 없다. 2-3-4. 수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소시아네이트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제조할 때 이소시아네이트와 수분의 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서 수분이 제거된 반응물, 용매 및 충진제 등을 사용하고, 반응물로부터 수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감압 하에서 질소를 유통하거나 증류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이 사건 출원발명의 출원 전부터 널리 실시되던 기술이므로, 이 사건 제1항 발명에서 ‘질소 유통이나 폴리티올 화합물의 수분 함유량을 20~600pm으로 저감하는 공정’은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에 주지․관용기술을 적용하여 쉽게 도출할 수 있다. 2-3-5. 이 사건 제1항 발명에서 중합성 조성물의 수분 함유량의 수치를 조절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렌즈의 맥리나 백탁 발생 억제 효과는 비교대상발명에 동일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거나, 비교대상발명의 기술사상에 내재되어 있던 효과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3. 논의 및 시사점
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관한 다수 판례와 같이 대상 판결에서도 수치한정발명의 진보성에 관하여 "한정된 수치범위 내외에서 이질적이거나 현저한 작용효과의 차이가 생기는지 여부"(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7후1299 판결)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였으며, 명세서 내에 현저한 효과를 인정할 기재가 없으며, 비교대상발명의 기술사상에 내재되어 있던 효과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근거로 진보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수치한정발명은 선행발명에 대해 단순 설계변경사항에 불과하다고 판단되어 진보성이 결여되었다고 지적 받을 가능성이 크므로, 출원단계에서부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선행발명과 효과가 동질인 수치한정발명으로 진보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출원단계에서 명세서 내에 수치한정에 대한 기술적 의의를 쓰되, 한정치를 경계로 한 작용효과 및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충실히 기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