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에 정정심결이 확정된 것이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0.1.22. 선고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
1. 서론
종래에는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상황에서 정정심결이 확정되면, 정정 전의 특허발명을 대상으로 하여 무효 여부를 심리 판단한 특허법원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끼친 법령위반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여 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 이와 다르게 판시한 종래 대법원 판결을 모두 변경하였다(대법원 2020.1.22. 선고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당해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 및 앞으로의 소송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
원고는 특허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면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의 기각 심결에 대해 심결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특허법원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보아 심결을 취소하자,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한 후 특허심판원에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청구범위를 한정하는 내용의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정정심결을 받아 확정되자 원심판결에 재심 사유가 있다는 사정을 상고이유로 주장하였다.
3. 대법원 판결
(1) 쟁점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정정심결이 확정된 것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여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되는지 여부
(2)판결의 요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는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심리·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다’는 것은 그 행정처분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있어서 증거자료로 채택되었고 그 행정처분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3897 판결,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다12679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르면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①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하는 대상이지 판결의 기초가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고, ②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발명의 내용이 확정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③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라 발생한 모든 공법적, 사법적 법률관계를 소급적으로 변경시키는 취지로 해석하기 어렵고, ④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청구의 원인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사실심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송절차와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보아,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와 다른 취지의 선례를 변경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따라 진보성을 판단하면서 선행발명 1, 2, 3에 의해 정정 전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4. 판결의 의의 및 영향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정에 의해 특허 관련 소송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른바 ‘캐치볼 현상’을 방지하는 것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법원 관계자가 금번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하여 “향후 특허소송의 사실심에서 집중적인 심리가 이루어지고 특허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한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혹은 사실심 판결의 결과를 보고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상고심 절차의 지연을 초래할 가능성을 차단하였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고,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청구를 방어수단으로 활용해온 기존 특허 소송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i) 그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의 범위에서 ‘판결의 심리ㆍ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경우’를 배제함으로써 위 재심사유를 좁게 해석한 점, ii) 특허무효 사건에서 정정 전 발명의 특허등록이 무효로 되는 것이 그에 앞서 확정된 정정발명의 유무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로 남게된 점, iii) 정정 전 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대법원 판결로써 최종 확정되지 아니하고 사건이 하급심으로 환송되는 경우 또는 원심결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어 특허심판원이 다시 심결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이 확정된 정정심결의 소급효에 의하여 여전히 정정 후 발명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ㆍ판단이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금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특허 무효 사건과 관련하여 정정심판을 늦어도 “사실심 변론 종결 전”까지 청구하여야 하며, 바람직하게는 특허심판원 심결을 받은 후, 또는 특허법원 소 제기 후 바로 정정심판을 청구하고 변론 종결 전까지 정정 심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